왜 지금, 독서모임이었을까
요즘 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나를 설명해 주기도 하지만, 나는 그 조각들을 한 번 부수고 다시 조립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다시 알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었다.
그동안은 주로 심리학이나 철학 책을 통해 나를 이해해 왔는데,
이제는 범위를 넓혀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나는 책에 대해 아니면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늘 어려웠다.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답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만의 생각을 말해보는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사람들은 각자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지도 궁금했다.
노크노크를 선택한 이유
노크노크가 다른 독서모임과 달랐던 점은 신청 30분간의 온라인 면접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독서모임에 면접까지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약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시간이 꽤 인상 깊었다.
면접에서는 주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면접을 보신 분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나를 이루는 생각들과 성장에 대한 관점을 꽤 솔직하게 꺼내놓을 수 있었고, 그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이 모임에는 아마도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겠구나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 결이 나와 맞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었다.
독서모임에서
# 가치관으로 연결되는 대화
모임은 2주 간격으로 총 4번 진행되었다. '자기이해'라는 테마에 맞춰 총 3권의 책 - 평균의 종말, 죽음의 수용소에서, 데미안 - 을 읽었다. 모임 전 미리 전달받은 질문지에 답을 채워가며 생각을 정리하는 포맷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초반에 나이, 직업, MBTI 등 사회적 배경을 전혀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주차가 거듭될수록 그 사람이 어떤 가치에 무게를 두는지, 어떤 지점에서 단단해졌는지 '삶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행자분의 세심한 질문도 큰 몫을 했다. 툭 던진 대답에서 깊이 있는 질문을 이어가 주신 덕분에, 혼자라면 닿지 못했을 생각의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 책을 매개로 드러난 생각들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단순히 책에 대한 감상이나 토론이 아니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각자가 어떤 부분에 멈췄는지, 왜 그 지점이 마음에 남았는지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그 설명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이 따라 나왔다.
나 역시 책에 대해 말하려다 보니 그동안 쌓여온 생각들, 내가 중요하게 여겨왔던 기준들이 정리된 상태로 밖으로 나왔다.
같은 책을 읽고도 누군가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고, 그 해석을 들으면서 내 생각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더 단단해지기도 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책이 중심에 있었고, 사람들은 그 책을 각자의 언어로 해석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 안에서 생각이 오가고, 정리되고, 갱신되고 있었다.
# 생각이 연결되는 순간
독서 후의 파편화된 생각들을 '나'라는 사람으로 엮어내는 매듭짓기가 늘 어려웠다. 그런데 모임에서 생각을 말로 뱉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거치니 흩어져 있던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교육학, 에세이, 소설 책들을 읽으며 얻은 인사이트는 편식하던 독서 습관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 '자기이해'라는 테마의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한 기분이었다.
# 타인의 시선으로 발견한 나
모임의 마지막 회차에서는 그동안 읽은 책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기이해’라는 테마를 각자 나름의 언어로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 질문은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서 발견한 가장 고유한 모습을 하나의 키워드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시간에 내가 받은 키워드는 ‘태풍의 눈’과 ‘단단함’이었다. 주변 환경이 변해도 휘말리지 않고 자기만의 페이스와 가치를 지켜나갈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그 키워드가 인상 깊었던 건 내가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붙여온 말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나눈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모습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며: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 평소 생각이 많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분
- 사회적인 '나'가 아닌, 진짜 '나'의 가치관을 발견하고 싶은 분
-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는 성장 커뮤니티를 찾는 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말 아침 모임이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출석률이 조금 저조해졌다는 점. 마지막 날엔 더 많은 분과 정식으로 통성명하며 인사 나누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짧은 교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